[인터뷰] 어플릭시(APPLIXY) 구동현 대표가 말하는 진짜 지속가능한 패션

입력 2021-02-01 15:19   수정 2021-02-01 15:20



어플릭시(APPLIXY)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새로운 중고 패션 문화를 주도한다. 어플릭시의 구동현 대표가 말하는 지속가능한 패션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Q. 어플릭시를 설립한 배경이 궁금하다.

A. 늘 패션과 가까이 살았다. 스타일리스트라는 직업 탓에 매 시즌 새로운 컬렉션을 누구보다 빠르게 접했다. 셀 수 없이 많은 옷을 구입했고 옷들은 금세 산더미가 되었다. 어느 날 문득 엄청난 양의 물건을 보며 이대로 묵혀두기 아깝단 생각이 들더라.

그리고 연예인, 모델, 스타일리스트, 에디터, MD처럼 주변에 옷을 좋아하는 지인들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단 걸 알게 되었다. 한동안 그들과 압구정, 성수동, 한남동을 옮겨 다니며 플리 마켓을 열어 물건을 나누고자 했지만 현실적인 제약에 부딪히곤 했다.

그래서 코로나 19시대에 걸맞은 방식으로 좀 더 생산적인 일을 해야겠단 결심이 들었다. 이게 어플릭시를 론칭한 직접적인 계기다.

Q. 어플릭시(APPLIXY)는 무슨 뜻인가.

A. 어플릭시는 성염색체 XX(여자), XY(남자), 모두가 시도할 수 있다는(APPLY) 뜻을 가진 새로운 합성어다. 단순히 오늘내일, 입을 옷을 구입하는 곳이 아니라 지금 시대에 필요한 지속가능한 문화를 만들고 싶단 의지를 담았다.

Q. 다양한 중고 거래 플랫폼이 등장하는 중이다.

A. 대한민국 중고 마켓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중고나라, 당근마켓, 번개장터 등이 온라인상에서 주목받고 구구스, 고이비토를 포함한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활발한 거래가 이뤄진다.

저마다 문제점이 있겠지만 큰 맥락은 비슷하다. 거래 사기가 빈번하게 이뤄졌고 불투명하게 정품을 인증했으며 지나친 가격 경쟁, 기약 없는 결제 시스템을 수반한 것. 2 020 년 5 월, 어플릭시를 론칭했을 때 믿을 수 있는 지인 중심으로 사업을 펼친 것도 이런 문제점을 극복하고 싶어서였다.

위탁 거래와 판매를 할 때 생기는 문제점을 천천히, 직접 경험하려 했고 여전히 값진 배움 중이다. 어플릭시는 전문 자격증을 취득한 명품감정사와 에디터, 포토그래퍼, 스타일리스트를 포함한 패션 전문가들로 구성된다. 제품의 퀄리티와 정품 검수에 완벽함을 기하고 새로운 소비문화 정착을 위해 애쓰고 있다.



Q. 다양한 영역의 전문가가 함께하고 모든 제품을 ‘런드리고’에서 세탁, 온도와 습도가 조절되는 ‘엑스트라스페이스’에서 보관한다. 수익 창출이 가능하긴 한 건가.

A. 기존의 중고 거래 플랫폼이 시도조차 못 할 서비스를 구축하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더군다나 우리처럼 스타트업일 경우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제약받기 쉽다. 하지만 입은 흔적이 역력한 오래된 물건을 판매하고 싶진 않다. 어플릭시는 잠시 빛을 잃은 모든 물건이 온전한 쓰임을 다할 수 있길 바란다.

정품 검수와 세탁, 보관, 배송 등 지금의 노력이 트레져 컬렉션을 향한 새로운 인식을 만드는 계기가 될 거라 믿고 있다. 물론 수입적인 측면도 배제할 순 없어 해결 방안을 궁리하고 있다. 패션 매거진, 브랜드와 협업을 기획 중이고 자체 제작한 서스테이너블 굿즈를 판매하고 있다.

Q. 어플릭시의 판매 구조가 궁금하다.

A.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던 건 세분화된 시스템의 영향이 크다. 판매할 제품이 입고되면 ‘명품감정사’ 자격증을 취득한 전문가가 정품 여부를 확인한다. 그다음 친환경 세탁 서비스 ‘런드리고’에서 맡겨 세탁, 살균을 거치고 깨끗하게 돌아온 옷을 꼼꼼하게 검수한 뒤 판매 등급을 매긴다.

이 과정에서 판매할 수 없다 판단된 건 위탁자에게 돌려보내고 있다. 판매 예정인 제품에는 어플릭시의 고유 넘버가 매겨지고 컨디션을 꼼꼼하게 기록한 인보이스를 전달한다. 이후 제품을 촬영한 뒤 APPLIXY에 소개한다. 월요일부터 금요일, 새로운 트레져 컬렉션을 공개하고 모든 제품을 무료로 배송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Q. 고객들이 참여하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선보기로 유명하다.

A. 십여 년 동안 일했지만 늘 패션이 즐겁다. 재미있기 때문에 이렇게 오래 한 영역에서 일할 수 있는 거라 생각한다. 어플릭시를 이용하는 고객들도 마찬가지였으면 좋겠다. 판매하는 상품 게시물 사진 사이 사이에 보석 이미지를 숨겨, 찾는 사람에게 어플릭시 캐시를 증정하는 ‘트레져 헌터(Treasure Hunter)’를 시도한 것도 같은 이유다. 2021년 상반기에는 ‘어플릭서 마켓’을 기획하고 있다. 우리는 APPLIXY를 이용하는 고객을 ‘어플릭서(APPLIXYER)’라고 부른다. 개인 위탁 판매 문의가 늘어나 이런 니즈를 해소해 줄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려던 참이다.

Q. 패션 산업은 지구를 해치는 주범으로 꼽힌다. 지속가능한 패션을 추구하는 플랫폼이 늘어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A. 패션계의 여전한 화두는 지속가능함이다. 거창하게 들릴 뿐 입지 않는 옷을 누군가와 공유하는 것처럼 일상 속 작은 실천으로 가능하다. 지구에 무해한 방식으로 만든 옷을 사고 입는 일, 과소비를 줄이는 일, 쓸모 있게 형태를 바꾸는 일, 일회성 소모품의 사용을 줄이는 일, 우리가 지구를 지키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무한하다. 어플릭시를 운영하며 이러한 환경 문제에 더욱 관심 갖게 되었고 브랜드를 유지하며 사용하는 소모품이나 굿즈 역시 지구를 훼손하지 않는 것들로 꾸려내려 한다.

Q. 맥주 찌꺼기로 만든 2021 어플릭시 캘린더를 만들어 이슈가 되었다.

A. 어플릭시에서 판매한 첫 번째 굿즈다. 티셔츠나 모자처럼 패션 아이템일 거란 뻔한 예측을 비껴가고 싶었다. 나는 아날로그적인 사람이다. 아직도 핸드폰 스케줄러를 이용하는 것보다 달력 위에 펜으로 쓰는 걸 선호한다. 매일 보는 달력이 의미 있길 바래 버려진 맥주 찌꺼기와 라벨을 재활용한 종이로 달력을 만들었다. 잉크가 마르는 시간이 오래 걸려 마지막까지 고민했지만, 이왕이면 환경 오염을 줄이는 게 좋겠다 싶어 콩기름을 원료로 한 리소 그래피 방식으로 인쇄를 했다. 실제로 책상에 놓고 사용 중인데 눈과 마음이 즐겁다. 괜히 착한 일을 한 것 같은 기분? 물론 100% 재활용 소재만 사용하는 게 아직 녹록진 않지만 조금씩 나아질 거라 생각한다.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데 동참한 것 같아 개인적인 만족감도 높다.

Q. 다음 행보가 궁금하다.

A. 어플릭시는 탄탄한 인적 네크 워크를 바탕으로 한다. 풀어서 이야기하면 여러 프로젝트를 함께 할 다양한 영역의 인맥을 구축하고 있단 뜻이다. 곧 어플릭시의 감성을 담은 여러 카테고리의 굿즈가 출시된다. 그리고 2월이 되면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서 오프라인 팝업 스토어가 열린다. 시국이 시국인지라 계속 미뤄왔지만 더 늦춰지면 안될 거라 판단했다. 중고 거래 플랫폼 중에서 최초로 이뤄지는 이례적인 시도이며, 새로운 가능성을 증명해 낼 수 있을 것 같아 거는 기대가 크다. 백화점 측의 제안을 감사히 받아들였고 어느 때보다 기쁜 마음으로 준비 중이다. 제대로 관리한 어플릭시의 트레져 컬렉션을 보여드릴 생각에 밤낮없이 열심인 요즘이다.

Q. 어플릭시를 통해 궁극적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A. 중고를 구입하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어플릭시에서 쇼핑를 하는 게 스스로에게 당당하길 바란다. 건강한 재생산, 의식 있는 소비에 동참한 거니 까. 또한 넓은 관점에서 지구 환경 보호에 앞장서고 있다는 걸 인지해야 한다. 어플릭시의 가치관은 제품 패키지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 더는 보지 않는 잡지를 잘라 교환, 환불 스탬프 메시지를 전하고 자연 분해되는 재활용 비닐을 고수한다. 이렇듯 착한 소비를 돕는 일련의 과정이 좀 더 당연하고 자연스러워져야 한다. 그만큼 중고라 불리는, 트레져를 향한 사회적 편견도 달라질테니까.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